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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 그 날이 오면

category 근대문학과 경성 2019. 3. 20. 14:18

   그 날이 오면

 

                                                 심  훈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이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박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로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던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193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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