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초시의 상경上京
무던이나 더운 밤이었다. 나는 모자를 벗어 얼굴을 부채질하며, 골목을 걸어나갔다. 최군의 아우는 그렇게까지 나를 믿고, 나에게 어려운 일을 맡겼던 것이나, 나는 완전히 나의 소임을 저버리고야 말았던 것이다. (...) 나는 우울한 감정에 싸여, 홀로 행인 드문 거리를 골라 걸어갔던 것이나, 문득, 내일이라도 마땅히 몇 자 적어 보내지으면 안될 최군의 아우에게의 답장을 생각하고, 대체 나는 어떠한 사연을 가져 그에게 보고하여야만 마땅할 것일까, 잠깐 그것이 마음에 답답하였다. (박태원, '보고', 『여성』, 1936.9. ) "서울 어디야 ? " "저어, 관철동이라던가 하는 데 있다는데….” 하고, 경수는 호주머니에서 꾸기꾸기 구긴 엽서 한장을 꺼내서 윤초시 앞에 내어놓으며, "257번지라나요? 저번에 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