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원에라도 갈까
차장이 다시 그의 옆으로 왔다. 어디를 가십니까. 구보는 전차가 향하여 가는 곳을 바라보며 문득 창경원에라도 갈까, 하고 생각한다.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1934) **음력 삼월 중순, 내일모레 창경원의 '야앵夜櫻'이 시작되리라는 하늘은, 매일같이 얕게 흰 구름을 띄운 채, 환하게 흐리다. (박태원, 『천변풍경』, 1936) **순옥은 도망하는 사람같이 빠른 걸음으로 그 골목을 나와서 연못골[연지동] 오빠의 하숙을 찾았다. 영옥이가 나가버린 뒤에 순옥은 정신 잃은 사람 모양으로 멀거니 영옥이가 스러진 중문께를 바라보고 있었다. 창경원으로부터 사자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울려 왔을 때에야 순옥은 방이 식는 생각을 하고 쌍창을 닫았다. (이광수, 『사랑』, 1938) **벨이 또 울렸다. 벗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