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닥Kodak 회중용懷中用 경편輕便 필름 사진기. 부인용, 기자용으로 잘 쓰인다. ('신어新語대사전',『별건곤』, 1930.7)
편지를 다 보고 나서 정선은 이불 위에 폭 엎드려 버렸다. 그러나 이때에는 정선에게는 뉘우침보다도 무서움이 힘이 있었다.
‘내가 만일 정선을 배반하거든 정선은 칼로 내 심장을 찌르시오!’
하는 것을 생각할 때에, 정선의 눈앞에는 시퍼런 칼을 들고 선 숭의 모양이 보인 것이다. 바로 이때다. 이때에 유월이가,
“마님, 잿골 서방님이 오셨어요.”
하였다.
“아직 안 일어났다고 그래!”
하고 고개도 들지 아니하고 화를 내어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유월이가 나가기도 전에,
“아직 안 일어났소?”
하고 반말지거리를 하며 영창을 홱 열고 들어왔다.
“들어오지 말아요! 나가요!”
하고 정선은 이불 위에 엎더진 대로 몸을 흔들며 부르짖었다. 갑진은 그런 소리는 들은체만체,
“어, 이건 왜 이러오? 허기는 정선 씨 그 포즈도 어여쁜데. 미인이란 아무렇게 해도 어여쁜 법이야. 아, 코닥을 가지고 올 걸 그랬는 걸. 얘, 유월아, 너는 나가! 왜 거기 버티고 섰어?”
하고 유월을 향하여 눈을 흘긴다. (이광수, 『흙』,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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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상은 해금강까지 따라갈 수는 없어서 온정리로 먼저 갔다. 삼일포에서 내려서 삼일포를 구경하고 온정리로 혼자 오는 준상은 몇 번이나 해금강으로 다라가지 아니한 것을 후회하였다. 그리고 차가 떠날 때에 혜련이가 차창으로 내다보면서 던진 웃음과 고개숙임의 뜻을 이것인가 저것인가 하고 두루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송전서 박은 코닥 상자를 소중한 듯이 만져 보았다. (이광수, 『애욕의 피안』,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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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 좋죠?"
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허 영이가 물가 세모래판에 서서 머리 풀어 헤친 순옥이 모양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순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허영의 손에는 코닥 사진기가 들려 있었다. 순옥은 자기가 그 카메라 속에 들었는가 하여 깜짝 놀랐으나 그 조그마한 사진기에 삼 층에 선 제 얼굴이 도저히 분명히 박혀지지 아니할 것을 생각하고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는 허영에게 아니 보이도록 방에 들어와 앉아서 얼른얼른 머리를 틀었다.
허영이가 바닷가에 나가서도 그 눈이 순옥을 떠나지 않는 거은 물을 것도 없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무심코 난간에 기대어 선 젊은 여성의 포즈는 비록 애인이 아니라 하여도, 남성에게 무심할 수는 없는 것이다. 허영은 양복 주머니에 감추어 갔었던 사진기계로 순옥의 이 모양을 필름이 자라는 대로 박은 것이었다.
"왜 내게 말씀도 안하시고 사진을 박으세요? 그 필름 이리 내세요."
허 영이가 방에 들어온 뒤에 순옥은 이렇게 짜증을 내었다.
"염려 마세요. 그냥 보아도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는데 사진으루야 더구나 모르죠."
"그럼 그건 해서 뭘 해요?"
"나 혼자만은 알거든요. 나 혼자만은 환하게 볼 수가 있단 말예요."
허영은 이런 소리를 하고 웃었다.
[...]
'의 좋은 내외, 화평한 가정, 점잖은, 교양 있는 사람들.'
이 내외는 보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인상을 주었다.
'그게 누굴까? 조선 사람일까?'
하는 의문은 마침내 그야 말로 안 빈 부처임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안 박사 부처라는 말이 한입 건너 두입 건너 송도원 손님들에게 알려지자, 안빈 부처의 아침저녁 산보는 더욱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용서하십시오. 안 박사 아니십니까?"
"네, 안빈이야요."
"그러십니까?"
이 모양으로 저청하여 인사하는 사람도 생기고,
"실례올시다마는, 선생님 가족사진을 한 장 박게 해줍시오."
하고 가지고 다니는 코닥으로 사진을 박는 사람도 생겼다.
(이광수, 『사랑』, 1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