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요강에 걸터앉아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차마 볼 수 없이 새빨갛게 얼굴을 볼 수 없이 새빨갛게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그 눈에서는 고뇌를 못 이기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나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병독은 벌써 그의 순결한 몸을 범한 것이다. 오늘 청결하느라고 힘에 넘치는 격렬한 일을 한 까닭에 그 증세가 돌발한 것이다! 춘심[기생]의 사진을 처음 볼 때에 웃고만 있던 그로써 그것을 찢게 된 신산한 심리야 어떠했으랴! 그의 태중에는 지금 새로운 생명이 움직이고 있다. 이 결과가 어찌 될까? 싸늘한 전율에 나는 전신을 떨었다. 찡그린 두 얼굴은 서로 뚫을 듯이 마주 보고 있었다. 육체를 점점이 씹어 들어가는 모진 독균의 거취를 살피려는 것처럼. 그리고 나는 독한 벌레에게 뜯어 먹히면서 몸부림치는 어린 생명의 약한 비명을 들은 듯싶었다. (현진건, '타락자', 1922)
경성부위생실험실에서 지난 시월 중까지의 시험건수를 보면 총인원이 이천명으로 매독이 제일 많아 이백삼십 건에 달하고 그 다음이 지부스[(장)티푸스] 이십삼명, 적리赤痢병 이십명, 결핵, 폐렴, 임질, 화농균, 기생충, 각담咯痰 등 순으로 천백명, 즉 오할오분의 다수가 불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다는 바, 이것은 확실히 병이 있는 것을 모르고 의심되거나 또는 심험적으로 의뢰하여 조사케 한 것인 관계상 보통 부민의 건강상태로 추정할 수 있다더라. (동아일보, 1928.11.4.)
**
“질로는 모르지만 양으로는 세계의 누구에게든 그다지 지지 않을 테다.” 관계한 여인의 수효에 대하여, 이렇게 방언하기를 주저치 않으리 만치 그는 선택이라는 도정을 밟지 않고 ‘집어 세었습니다. 스물서너 살에 벌써 이백 명은 넘으리라는 것을 발표하였습니다. 서른 살 때 는 벌써 괴승 신돈이를 멀리 눈 아래로 굽어보았을 것입니다. 그런지라 온갖 성병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 없었습니다. 더구나 술이 억배요, 그 위에 유달리 성욕이 강한 그는 성병에 걸린 동안도 결 코 삼가지를 않았습니다. 일년삼백육십여 일 그에게서 성병이 떠나 본 적이 없었습니다. 늘 농이 흐르고 한 달 건너큼 고환염으로서, 걸음걸이도 거북스러운 꼴을 하여 가지고 나한테 주사를 맞으러 오고 하였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오십 전, 혹은 일 원만 생기면 또한 성행위를 합니다. 이런지라, 물론 그는 생식 능력이 없어진 사람이었습니다. (김동인, '발가락이 닮았다', 1932)
**
그것은 물론 학주 자신이 그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인 바로 그 까닭에 틀림없는 것이나 하여튼 가령 신문 잡지를 뒤적거리는 경우에도 그곳에 결코 빠지지 않고 나는 성병에 관한 매약광고의 그 하나하나가 반드시 그의 눈을 강렬하게 쏘고야 말았고 또 전에는 결코 그렇지 않던 것이 이제는 그러한 것에 슬픈 우울을 맛보지 않고는 못배겼다. (박태원, '악마', 1936)
**
이날 병원 시간이 끝난 뒤에 순옥은 참으로 오래간만에 안빈과 원장실에서 단둘이 대하였다.
순옥이가 문을 두드리고 안 빈의 방에 들어갔을 때에 안 빈은 순옥에게 앉기를 권하며,
"응, 허군 좀 어떠시오?"
하는 것이 첫인사였다. 허영이가 근일에 두통이 나고 가끔 현훈증이 난다는 것이었다.
"그저 그래요. 맥이 단단한 것 같애요."
"맥이?"
"네."
"허군 나이 얼마?"
"서른 다섯이야요."
"응. 혈압을 한번 재 보구려."
"네."
"피검사두 한번 해보지."
"피요?"
"응, 그럴 린 없겠지만."
"바세르만 반응[매독 진단 방법의 하나]을 보게요?"
"글쎄, 만일 그렇다면 치료를 해야 안 하오?"
이 말에 순옥은 또 한가지 앞이 캄캄함을 느낀다. 젊은 사람이 혈압이 높다면 매독을 의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음 순간에 순옥은 섭을 생각하였다. 부모가 매독이 있으며 그 자녀에게 선천 매독을 상상하지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
순옥이가 나간 뒤에 허영은 제가 지금까지에 육체 관계를 맺은 여성을 하나 둘, 누구누구하고 세어 보았다. 그리고 아현동에서 매독을 올라서 육공육호 다섯 대를 맞은 일을 생각하고 슬그머니 겁이났다. 허영은 인과의 무서운 손길이 제 목덜미를 사정없이 내리누름을 깨달았다. 이것은 허영에게 있어서는 첫경험이었다. 첫경험이니만큼 더욱 무서웠다.
[...]
허영의 피의 바세르만 반응은 양성이었다. 그래도 그는 그런 일이 없노라고 순옥을 대하여 뻐대었고 순옥도 더 물으려고도 아니하였다. 허영은 영옥의 손에 구매 요법을 받고 있었다. 영옥을 대하여서도 저는 매독을 옮을 기회는 없었는데 아마도 목욕탕에서 옮은 것이라고 여러번 자탄하였다. 순옥도 캐어물으려고 아니하고 못 들은 체하였다. (이광수, 『사랑』, 1938)
**
그 동안 김씨는 남편[한참봉]이 어느 첩한테서 긴치않게 전염을 받은 ○○을 나누어 가졌다가, 그 놈을 다시 [고]태수한테 모종을 해주었다. 그 덕에 태수는 단단히 고생을 했고, 치료는 했어도 뿌리는 빠지지 않고 말썽이 되어 요새도 술을 과히 먹거나 실섭을 하면 도로 도져서 병원 출입을 해야 했었다.
[...]
"글쎄 내가 말야……"
재호는 그러나 숟갈을 들면서 심상히 설명을 하던 것이다.
"……윤희를 보내구 나서는 인해 다른 여자와는 도무지 상관을 한 일이 없었는데, 허허 그거 참……아, 글쎄 ○○기운이 있단 말야…… 허허 제기랄 것, 늙은 놈이 이거 망신이지?……아뭏든 그 사람 고 무엇이라는 친구 초봉이한테 골고루 못할 일을 하구 죽었어!" (채만식, 『탁류』, 1939)
**
...욕실의 공중도덕이란 말할 수 없을 지경이어서, 오동칠한 발을 가지고 그대로 욕조에 텀벙 뛰어드는 사람, 욕조 속에서 몇 해 묵은 때를 북북 씻는 사람, 아무데나 덮어놓고 소변을 삐치는 사람, 남의 옆에서 염치 불구하고 냉수를 내려붓는 사람 등등 질색할 짓을 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지만 그 중에도 염려되는 것은 몹쓸 병의 전염이다. 어느 목사가 공동욕탕에서 세면바리[사면발이]를 옮아 가지고 남이 의심할까 보아 내놓고 치료도 못하고 혼자 으레 고생하는 것을 보았지만 세면바리 쯤은 도리어 약하고 화류병花柳病 같은 것에 걸리는 날이면 큰일이다. (조용만, '변소와 욕실',『춘추』, 19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