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풍경] 바그다드의 추장
물을 다 긷고 난 신전집 주인의 처남이, 다시 아이를 들쳐업고 문간에 나왔을 때, 천변으로 창이 난 작은아들의 방에서 풍금 소리가 들려 왔다. '바그다드의 추장'. 물론, 소년은, 그 곡명을 알지는 못하였으나, 신전집 작은아들이 즐겨서 타는 이 행진곡은, 그냥 귀로 듣기만 하여도 악한의 뒤를 추격하는 '청년'의 모양이 눈에 선하여, 절로 신이 나는 것이다. 그러나 풍금을 타는 사람의 마음이 그래서, 듣는 이도 전만큼은 흥이 나지 않는 것일까?─ 이 봄에 대학을 마치면 의사로 나서게 되는 그는, 보통학교 적부터 음악에 취미를 가져, 하모니카와 대정금[大正琴, 일본 현악기]으로 시작된 노래 공부가, 이어서 풍금, 만돌린, 색소폰, 바이올린……. 그에게는 온갖 악기가 있었고, 그것들을 그는 어느 정도까지 희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