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팔호東八號
차는 서고, 또 움직였다. 구보는 창 밖을 내어다보며, 문득 대학병원에라도 들를 것을 그랬나 하여 본다. 연구실에서, 벗은 정신병을 공부하고 있었다. 그를 찾아가 좀 다른 세상을 구경하는 것은 행복은 아니어도 어떻든 한 개의 일일 수 있다……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1934) ** 그 이듬해 오월까지 나는 레인코트 입은 사나이의 소식을 듣지 못하였다. 그러나 나는 도처에서─ 저녁 산보 나간 길거리에서, 먼 곳에서 돌아오는 벗을 마중 나간 정거장에서, '제팔예술第八藝術'을 감상하고 있는 군중 속에서…… 그리고 진실로 몇 번인간 나 자신의 마음 한구석에서─ 레인코트 입은 사나이를 발견하였던 것이다. 그러자─ 나에게는 아직까지도 기억이 새로운 서력西歷 일천구백삼십년 유월 하순, 저 장마가 시작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