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李箱 - 추등잡필秋燈雜筆
추석삽화秋夕揷畵 일년 삼백육십일 그중의 몇날을 추려 적당히 계절맞춰 별러서 그날만은 조상을 추도하며 생의 즐거움에서 멀어진 지 오래된 그들 망령을 있다치고 위로하는 풍속을 아름답다 아니할 수 없으리라. 이것을 굳이 뜻을 붙여 생각하자면─ 그날 그날의 생의 향락 가운데서 때로는 사死의 적막을 가끔 상기해 보며 그러함으로써 생의 의의를 더한층 뜻있게 인식하도록 하는 선인先人들의 그윽한 의도에서 나온 수법이 아닐까. 이번 추석날 나는 돌아가신 삼촌 산소를 찾았다. 지난 한식날은 비가 와서 거기다 내 나태가 가加하여 드디어 삼촌 산소에 가지 못했으니 이번 추석에는 부디 가보아야겠고 또 근래 이 삼촌이 지금껏 살아계셨던들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적이 많아서 중년에 억울히 가신 삼촌을 한번 추억해 보고 싶고 한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