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이 본 구보씨
좋은 낯을 하기는 해도 적敵이 비례非禮를 했다거나 끔찍이 못난 소리를 했다거나 하면 잠자코 속으로만 꿀꺽 업신여기고 그만두는, 그러기 떄문에 근시안경을 쓴 위험인물이 박태원이다. (이상李箱, 『유고』중) 박형! 혹시 요즘 우울하시지 않으십니까. 조선일보사앞에서 뵈었을때 형은 마치 딱한 생각을 하는 사람의 풍모이었읍니다. 물론 저의 어리석은 생각에 지나지 않을게나 만에 일이라도 그럴리가 없기를 바랍니다. 제가 생각컨대 형은 그렇게 크게 우울하실 필요는 없을 듯싶습니다. 만일 저에게 형이 지니신 그것과 같이 재질이 있고 명망이 있고 전도가 있고 그리고 건강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일는지요. 오뉴월호에서 형의 창작을 못 봄은 너무나 섭섭한일입니다. '거리' '악마' 의 그 다음을 기다립니다. (김유정이 박태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