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가 진고개 초입께까지 오니까 경애는 별안간 청목당 앞에 대라 명하고 상훈더러 어서 내리라고 재촉이다. 맨대가리에 두루마기 바람으로 내리기가 싫어서 무어 살 것이 있건 기다리고 앉았을 게 어서 사가지고 나오라 한다. 상훈은 경애를 집에 데려다주고 자기는 그대로 탄 채 안동을 가리라고 다시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경애는 듣지 앉았다. 저녁을 안 먹었으니 여기서 저녁을 먹여달라고 졸랐다.
"호텔은 그만두고 곧 놔드릴 게니 잠깐 내리세요."
저녁을 이때껏 안 먹었다는 것을 그대로 내던지고 간달 수도 없었다.
"흥, 매당집이 못 잊으시면 불러다드리지 걱정예요."
경애가 코웃음을 치며 먼저 튀어내려버리니까 상훈도 하는 수 없이 내외하는 사람처럼 툭 튀어나와서 쏜살같이 청목당으로 들어갔다. 경애는 생글 웃으며 층계로 올라가는 뒷모양을 바라보다가 운전사에게 돈도 치르지 않고 무어라고 한참 소곤거린 뒤에 돌려보내고 따라 올라갔다. (염상섭, 『삼대』, 1931)
▲ 청목당
▲ 진고개[본정통, 충무로] 입구쪽에서 본 청목당(중앙 원경 건물)과 경성우편국(오른편 3층 건물)
▲ 청목당(왼쪽)과 조선은행
▲ 청목당의 위치 - 조선은행(한국은행) 앞 (남대문통 3-10)
▲ 청목당 경성지점 내부 (대경성사진첩,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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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께서는 오늘 오후에 김갑진 군허구 베이스볼 구경을 가셨다가 아마 어디로 저녁을 자시러 갔을 것입니다. 요새 거진 날마다 그러시는 모양이니까. 지금 댁에 들어가시더라도 아마 부인은 안 계실걸요. 부인을 보시려거든 청목당이나 경성호텔이나 [...] 응 벌써 시간이 되었군, 난 갑니다. 굿바이. 부인 조심 잘 하시오!”
하고 단장을 흔들며 건너편 폼으로 가려는지 층층대로 뛰어오른다. 건영은 서분의 집에서 나와서 정거장 식당에서 위스키를 한잔 사서 날뛰는 양심을 어지러뜨려 놓고는 인천으로 가는 길에 우선 경의선으로 혹시 아는 여자나 올라오면 만날까 하고 서성거리다가, 숭을 만나서 갑진과 정선에게 대한 원혐을 풀고는 맘이 흡족하여 가는 것이었다. (이광수, 『흙』,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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