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ㅡ, 구보는 한길 위에 서서, 넓은 마당 건너 대한문을 바라본다. 아동유원지 유동의자(遊動倚子)에라도 앉아서…… 그러나 그 빈약한, 너무나 빈약한 옛 궁전은 역시 사람의 마음을 우울하게 하여 주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중에서)
▲ 덕수궁 대한문
▲ 덕수궁 석조전
▲덕수궁 석조전 뒤편 아동유원지[놀이터] 유동의자[그네]
**
일一여성이 '일 여성으로부터'라는 익명으로 내게 일금 칠천오백 원을 보냈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사실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
나는 왜 나의 작품[희곡]의 표제를 '칠만오천 원'이라 하지 않았던고 하고 뉘우쳤던 것이나 그보다 오히려 '칠백오십 원'이라 하지 않았던 것을 다행히 여겨야 마땅할 듯싶었으므로 깨끗이 그러한 생각을 물리치기로 하고 나는 덕수궁 안 아동유원지로 가서 유동의자遊動倚子에 반나절을 혼자 앉어 칠천오백 원의 용처에 대하야 신중히 고려하였다. ('조선문학건설회', 『중앙』, 1934.8.1.)
[주]
* 1934년『중앙』 8월호에 기고할 원고를 쓸 무렵에 가 본 덕수궁 안 아동유원지에서 그네를 타봤던 기억을 구보씨의 일일에 반영한 듯하다.
** 1933년 10월 1일 덕수궁을 개방하는 것과 함께 석조전 미술관 뒤편의 터를 놀이터로 조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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