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 경성 근교 나들이
장충단으로, 청량리로, 혹은 성북동으로…… 그러나 요사이 구보는 교외를 즐기지 않는다.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1934) ** 제법 가을답게 하늘이 맑고 또 높다. 더구나 오늘은 시월 들어서 첫 공일. 그야 봄철같이 마음이 들뜰 턱은 없어도 그냥 이 하루를 집 속에서 보내기는 참말 아까워 그러길래 삼복더위에도 딴말 없이 집에서 지낸 한약국 집 며느리가, 조반을 치르고 나자, "참, 어디 좀 갔으면……" 옆에 앉은 남편더러 들으라고 한 말이라, "어디?" 물어주는 것을 기화로, 그러나 원래 어디라 꼭 작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 그래 되는대로 "인천." [...] 그래 두 사람은 어디 요 앞에 물건이라도 사러 가는 것처럼 가든하게 차리고 경성역으로 나갔다. "흥, 모두들 놀러 가시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