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운동장
전차가 왔다. 사람들은 내리고 또 탔다. 구보는 잠깐 머엉하니 그곳에 서 있었다. 그러나 자기와 더불어 그곳에 있던 온갖 사람들이 모두 저 차에 오르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저 혼자 그곳에 남아 있는 것에 외로움과 애달픔을 맛본다. 구보는 움직이는 전차에 뛰어올랐다. 전차 안에서 구보는 우선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 하나 남았던 죄석은 그보다 바로 한 걸음 먼저 차에 오른 젊은 여인에게 점령당했다. 구보는 차장대 가까운 한구석에가 서서, 자기는 대체 이 동대문행 차를 어디까지 타고 가야 할 것인가를, 대체 어느 곳에 행복은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이제 이 차는 동대문을 돌아 경성 운동장 앞으로 해서... 구보는, 차장대, 운전대로 향한, 안으로 파란 융을 받혀대인 창을 본다. 전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