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 - 삼대 (10)] 고무공장 큰애기
"상관없어! 요릿집도 아니요, 일본 소바[국수]집인데 불만 쬐고라도 가요." 하고 병화는 잡담 제하고 앞장을 세우고 들어갔다. 필순도 하는 수 없이 끌려들어갔다. 먼저 들어와서 난로 앞에 섰던 덕기는 반색을 하면서 자리를 비켜선다. 세 사람은 난로를 옹위해 섰다. "자아, 이 친구는 조덕기라는 모던 보이, 이 아가씨는 고무 공장에 다니시는 이필순양--조군이 불량 소년 같으면 이렇게 소개를 할 리가 없지만 그래도 불량은 아니니까 이런 영광을 베푸는걸세." 병화는 아까 불뚝 심사를 부리던 것은 잊어버린 듯이 너털웃음을 내놓았다. 두 남녀는 웃으면서 고개를 숙여 보였으나 필순은 얼굴이 발개지며 난로 연통 뒤로 얼굴을 감추어버렸다. 덕기의 눈에는 필순이 미인으로 보였다. 아직 자세히 뜯어볼 수 없으나 밝은 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