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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 - 삼대 (10)] 고무공장 큰애기

category 근대문학과 경성 2019. 4. 15. 11:19

"상관없어! 요릿집도 아니요, 일본 소바[국수]집인데 불만 쬐고라도 가요."
하고 병화는 잡담 제하고 앞장을 세우고 들어갔다. 필순도 하는 수 없이 끌려들어갔다.
먼저 들어와서 난로 앞에 섰던 덕기는 반색을 하면서 자리를 비켜선다. 세 사람은 난로를 옹위해 섰다.
"자아, 이 친구는 조덕기라는 모던 보이, 이 아가씨는 고무 공장에 다니시는 이필순양--조군이 불량 소년 같으면 이렇게 소개를 할 리가 없지만 그래도 불량은 아니니까 이런 영광을 베푸는걸세."
병화는 아까 불뚝 심사를 부리던 것은 잊어버린 듯이 너털웃음을 내놓았다. 두 남녀는 웃으면서 고개를 숙여 보였으나 필순은 얼굴이 발개지며 난로 연통 뒤로 얼굴을 감추어버렸다. 
덕기의 눈에는 필순이 미인으로 보였다. 아직 자세히 뜯어볼 수 없으나 밝은 데서 보니 나이는 들어 보이면서도 상글상글한 앳된 티가 귀여운 인상을 주었다.
  옷 입은 것도 얄팍한 옥양목 저고리 하나만 입은 것이 추워 보이기는 하나 깨끗하고 깜장 세루치마 밑에 내다보이는 버선 등도 더럽지는 않다 공장에 다니는 계집애들이 구두 모양을 내고 인조견으로 울긋불긋하게 차린 것에 비하면 얼마나 조용하고도 수수한지 몰랐다. (염상섭, 『삼대』, 1931)

 


고무공장 

 

고무공장 큰 굴뚝 거짓말쟁이
뛰- 하고 고동은 불어놓고는
우리 엄만 아직도 보내지 않고 
시치미를 뚝 떼고 내만 피지요 (한태천, 1930, ‘공장 굴뚝’)  

 

**

고무공장 큰애기 

 

이른 새벽 통근차 고동 소리에

고무공장 큰애기 벤또밥 싼다

하루종일 쭈그리고 신발 붙일 제

얼굴 예쁜 색시라야 예쁘게 붙인다나

감독 앞에 해죽해죽 아양이 밑천

고무공장 큰애기 세루치마

감독 나리 사다준 선물이라나 (작자미상)

 

신고산 타령

 

신고산이 우루루 함흥차 타는 소리에

고무공장 큰애기 반봇짐만 싸누나

어랑어랑 어허야 어~럼마 디어라

모두가 내사랑이로다 (함경도 민요 원곡 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