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명 - 광인狂人
사람들 사는 것 어떻게 보면 극단의 이기주의자들 같다. 한푼에 치를 떨고, 내 몸이라면 털끝만치라도 건드리지를 못하게 하며 가장 자기 자신을 위해서 충실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실은 너도 나도 그도, 모두 남의 장단에 춤을 추며 남을 위해 사는 가련한 존재라는 것을 나는 때때로 절실히 느끼게 된다. 어느날 나는 안국동 네거리에서 전차를 기다리다가 고함을 지르고 있는 한 청년을 보았다. 마음대로 내버려둔 머리는 어깨를 덮었고, 더구나 더운 날에 검정 바지에 솜이 삐져나오는 찢어진 저고리며, 얼굴마다 암쾡이를 그린 것을 보아서 그가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광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저고리 앞자락에다가 자갯돌을 한아름 안았다. 그걸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던지며 고함을 지르는 것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