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 - 탁류] 글루미 선데이
마침 생각하니 오늘이 게다가 일요일이다. 그리고 공굘시 내일이 셋째 번 월요일, 쉬는 날이다. 그게 더 안 되었다. 훨씬 넌지시 한 주일이고 두 주일 후라면 차라리 마음이나 가라앉겠는데, 오늘이 일기가 이리 좋아도 못 놀면서 남 감질만 나게시리 바투 내일이 쉬는 날이라니 약을 올려 주는 것 같아 밉광스럽다. 승재나 있었으면, 예라 모르겠다고 오늘 하루 비어 때리고서 잡아 앞참을 세우고 하다못해 창경원이라도 갔을 것을 하고 생각하니, 하마 올라왔기 쉬운데 어찌 소식이 없는가 해서 궁금하다. "다라라 다라라." '글루미 선데이'를, 그러나 침울한 게 아니고 명랑하게 부르면서 샛문을 열고 마루로 나선다. "언니이, 나 다녀와요오." "오냐, 늦잖었니?" 대답을 하면서 초봉이가 안방 앞미닫이를 열다가 황홀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