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 - 기생 산월이] 종로 뒷골목을 헤매는 여인
[밤 10시에 다옥정 셋방을 나온] 산월이는 종로네거리에 나서서는 우선 어느 길을 잡아야할지 몰랐다. 그래서 전차 타려는 사람처럼 안전지대에 올라서 보았으나 황금정 편으로부터 전차가 오는것을 보고는 얼른 찻길을 건너 종각 뒷골목으로 들어섰다. 산월이는 몇 걸음을 가지 않아서 중년신사 두 사람과 마주쳤다. 둘이 다 인바네스를 입은 큰키를 꾸부정하고 산월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산월이도 한 사람과 맞딱뜨린 것만큼은 반갑지 안았지만 아모튼 해죽해죽 웃어보였다. 그러나 그만 웃음은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다는 듯이, "나는누구라구..." 하면서 다시는 돌아보지도 않고, 저희끼리 수근거리며 밝은 큰 길로 나가버렸다. 산월이는 또 얼굴이 화끈하였다. 한참 동안은 지나치는 사람도 끊겼다. 백합원[관철동 207번지]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