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 - 사상의 월야 (2)] 조선호텔 로즈가든
은주 어머니는 송빈이와 은주더러 활동사진구경이나 갔다오라 하였다. 송빈이는 우미관으로 갈까 단성사로 갈까 하는 은주를 데리고 조선호텔로 온 것이다. 전에 윤수아저씨를 따라 한번 와본 적이 있는 '로즈 가든'으로 였다. 호텔 후원에는 여러가지 장미가 밭으로 피었는데, 오십전[30전?]만 내고 들어오면 꽃구경은 물론이요 이왕직 악대의 음악연주도 있고, 아이스크림도 주고 나중에는 활동사진으로 금강산 구경까지 하는 것이었다. 송빈이는, 장미꽃과 장미꽃 사이를 은주와 가지런히 앉으며, 노서아 소설에 흔히 나오는 리라 꽃 그늘을 걷는 애인과 애인의 환상을 그려 볼 때, 금시 살이 찌듯 소담한 행복감에 마음이 무거웠다. 같이 의자에 앉았고, 같이 음악을 듣고,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같이 금강산의 절경을 바라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