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의 룸펜들
삼학기가 되니까 학생들은 십 분 노는 시간에만 모여도 취직이야기였다. 두 사람이 모여도 취직이야기 세 사람이 모여도 취직이야기 수군수군하는 것도 껄껄 웃는 것도 모두 취직이야기였다. 교실에 들어가면 칠판에 쓰인 '라쿠카키'(낙서)도 취직에 관계된 것이었고 선생의 얼굴에도 취직의 두 글자가 어른어른하는 것 같았다. 사실 올해에는 사십 명이나 되는 xx전문학교 졸업생은 삼분의 일도 취직이 되지 못하리라고들 떠드는 것이었다. [...] 어떤 이유로 경제공황은 이렇게도 오래 끌어나가며 어떤 이유로 취직난은 해마다 이렇게 더 심해가는가. 찬구는 그 잇속을 모르는 배 아니었으나 지금 우선 급한 것은 그런 근본 문제보다도 이떻게 해 취직자리를 하나 얻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는 몇번이나 약한 자기의 의지를 책망하였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