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 마포麻浦
사장沙場은 물새가 없이 너무 너르고 그 건너 포플러의 행렬은 이 개포의 돛대들보다 더 위엄이 있다. 오래 머물지 못하는 돛대들이 쫓겨 달아나듯이 하구河口를 미끄러져 도망해 버린다. 나무 없는 건넛산들은 키가 돛대보다 낮다. 피부빛은 사공들의 잔등보다 붉다. 물속에 들어간 닻이 얼마나 오래 있나 보자고 산들은 물 위를 바라보고들 있는 듯하다. 개포에는 낮닭이 운다. 기슭 핥는 물결 소리가 닭의 소리보다 낮게 들린다. 저 아래 철교 아래 사는 모터보트가 돈 많은 집 서방님같이 은회색銀灰色 양복을 잡숫고 호기 뻗친 노라리 걸음으로 내려오곤 한다. 빈 매생이가 발길에 채이고 못나게 추렁거리며 운다. 커다란 금휘장金徽章의 모자를 쓴 운전수들이 빈손 들고 내려서는 동둑[방죽]을 넘어서 무엇을 찾는 듯이 구차한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