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 - 모던 걸의 만찬
"어머니, 골이 좀 아파서 누어야겠어……" 꽃분이는 아픈 표정을 한다는 것이 신 살구 먹는양을 하면서 어머니의 눈치를 훔쳐 보았다. "눕든지 자빠지든지 뒈지든지 하렴 경칠 년……" 어머니가 부엌으로 나가자 꽃분이는 미지근한 아랫목에 아랫배를 깔아붙이며 땀내 나는 이불을 뒤집어 썼다. 그리고 얇은 벽을 통하여 부엌에서 풀 끓는 소리가 풀럭풀럭 울려 오는 것이 자동차의 '모터' 소리 같아서 자동차면 이렇게 흔들리겠지 하고 궁둥이를 겁실겁실 놀려도 보았다. 꽃분이는 정말 골이 아파서는 아니었다. 한참이라도 낮에 미리 자놓아야 밤에 정신이 나고 더욱 눈을 샛별처럼 빛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그램 대로 잠은 날래 오지 않었다. '어서 어두웠으면! 얼른 보았어도 꽤 잘 생긴 사내야! 안집 아들녀석 따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