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릿집- 명월관과 식도원
그[춘심]의 집은 광천교廣泉橋에서 남쪽 개천을 한참 올라가다가 조그마한 다리 놓인 데서 가운데 다방골로 빠지면 오른쪽 골목 막다른 집이었다. 이 근처에 발이 넓은 듯한 C는 어렵지 않게 그것을 발견하였다. 대문 안으로 쑥 들어선 우리는 흘러나오는 가야금 가락에 잠깐 걸음을 멈추었다. 그날 밤 춘심의 가야금 뜯던 채화일폭彩畵一幅이 다시금 얼른하고 나의 안계를 스쳐간다. 남실남실하게 뽀얀 손가락이…… 그 반질반질하는 까만 머리가……. [...] "애써 오니 어찌 없담!" 이윽고 나는 자탄 비슷하게 이런 말을 하였다. 농담같이 하려던 것이 어째 절망의 가락을 띠고 있었다. 벌린 입도 웃음을 이루지 못하였다. "저어 형님한테 기별할까요?" 나를 살피기를 마지않던 금심琴心은-이것이 그 동기童妓의 이름이다- 인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