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 꾀꼬리와 국화
물오른 봄 버들가지를 꺾어 들고 들어가도 문안 사람들은 부러워하는데 나는 서울서 꾀꼬리 소리를 들으며 살게 되었다. 새문 밖 감영 앞에서 전차를 나려 한 십 분쯤 걷는 터에 꾀꼬리가 우는 동네가 있다니깐 별로 놀라워하지 않을 뿐 외라 치하하는 이도 적다. 바로 이 동네 인사들도 매간[每間]에 시세가 얼마며 한 평에 얼마 오르고 나린 것이 큰 관심거리지 나의 꾀꼬리 이야기에 어울리는 이가 적다. 이삿짐 옮겨다 놓고 한밤 자고 난 바로 이튿날, 햇살 바른 아츰, 자리에서도 일기도 전에 기왓골이 옥玉인 듯 짜르르 짜르르 울리는 신기한 소리에 놀랐다. 꾀꼬리가 바로 앞 나무에서 우는 것이었다. 나는 뛰어나갔다. 적어도 우리집 사람쯤은 부주깽이를 놓고 나오던지 든 채로 황황히 나오던지 해야 꾀꼬리가 바로 앞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