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 삼대 (2)] 남산/조선신궁
"자아, 이제는 내가 차비를 차릴 테니 잠깐 기다려주어요." 하고 경애가 쪼르르 들어가더니 부리나케 양장으로 갈아입고 나온다. "어디를 가자는 거요" "서백리아!" 하고 경애는 앞장을 선다. 주부는 그제야 나와서 일찍 들어오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좀 걸어보지 않으랴우?" "아무려나." 오후 네시나 되어 쌀쌀하여지기는 하나 그래도 오늘부터는 날이 풀려서 손발이 시릴 지경은 아니다. 길을 남산으로 들어선다. 병화도 잠자코 따라설 뿐이다. (...) "이거 왜 이렇게 끌고 가는 거요? 어 추워. 그까짓 이야기하자고 남산 꼴짜기까지 찬바람 맞고 올라올 거 무어 있소." "또 이야기가 있지만 어디든지 들어사기랴우?" "볼기 있는 데면 아무 데나 좋지." 인기척이라고는 없는 쓸쓸한 조선신궁 앞마당을 휘이 돌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