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색
조선 습관으로 말하면 혼인 갓한 신랑 신부는 서로 말도 잘 아니하고 마주 앉지도 못하며 가장 스스러운 체하는 법이요, 더구나 신부는 혼인한 지 삼 일만 되면 부엌에 내려가 밥이나 짓고 반찬이나 만들기를 시작하여 바깥은 구경도 못하는 터이라 내외가 한 가지 출입하는 일이 어디 있으리요마는, 영창이 내외는 혼인 지내던 제 삼 일에 신혼여행을 떠난다. 내외가 나란히 서서 정답게 이야기하며 [남대문]정거장으로 나가는 모양이, 영창이는 프록코트에 고모高帽를 쓰고, 한 손으로 정임이 분홍 양복 땅에 끌리는 치맛자락을 치어 들었으며, 정임이는 옥색 우산을 어깨 위에 높이 들어 영창이와 반씩 얼러 받았는데, 그 요조窈窕한 태도는 가을 물결 맑은 호수에 원앙이 쌍으로 나는 것도 같으며, 아침볕 성긴 울[울타리]에 조안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