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보씨의 새해다짐
일기 우리가 그날그날의 생활 기록을 갖는다는 것은 온갖 의미로 퍽이나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나는 새해부터 기어코 내 자신의 생활 기록을 가지기로 결심이다.그러나 그것이 좋은 일임을 내가 요즈음 와서야 안 것은 물론 아니다. 나이 겨우 열아문 살 때, 나는 그것을 배워 알았던 것이나, 어느 해고 꾸준히 써 본 일이 없었다.매양 섣달 대목에 이르면, '새해야말로-'하고 결심이 자못 굳다. 그러나 고작 달포나 보름을 못 가서 나는 내가 한 권의 일기장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만다.그러길래, 이즈음 4, 5년 동안은 아주 '새해야말로-' 정도의 분발조차 깨끗이 단념하여 왔던 것이다. 한 달이나 두 달쯤 쓰다 그만둘 것이라면 애초부터 손을대지 않는 것이 상책이리라 하여서다.그러나 요즈음, 나는 새삼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