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 - 삼대 (4)] 경성우편국
어둔 지는 아직도 초저녁이다. 음력 섣달 그믐이 내일 모레라서 그런지 그래도 이 동네[수하동:주]는 부촌이라 이집 저집에서 떡치는 소리가 들리고 거리가 질번질번한 것 같다. 떡도 안 치고 설이란 잊어버린 듯이 쓸쓸한 집 안에 있다가 나오니 딴 세상 같다. 덕기는 전차에 올라탔다. 오는 길로 병화에게 엽서라도 띄울까 하다가, 분잡통에 와도 변변히 늘고 이야기할 경황이 없을 것 같아 틈나면 가보지 하고 그대로 두었었다. 지금도 새문 밖으로 갈까, 경애를 찾아서 바커스로 갈까 망설이며 그대로 전차에 올라탄 것이다. 전차가 조선은행 앞을 오니 경성우편국이 차창 밖으로 내어다보인다. 불을 환히 켠 유리창 안에 사람이 어른거리는 것을 보자 덕기는 속으로 내릴까말까하며 그대로 앉았다가 사람이 와짝 몰려들어오며 막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