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 - 사상의 월야 (4)] '꾸우노의 세레나드'
송빈이와 은주는 방학이 아직도 반도 더 남았으나 먼저 서울로 올라 왔다. 서울에는 마침 동경 유학생들의 강연회와 음악회가 있었다. 송빈이는 은주와 함께 강연회에 가 보았다. 낯익은 청년회관 대강당이나 이날은 어느때보다 장내 공기가 긴장되어 있었다. 연단 한편에는 정복 경관이 앉아 있었고 그 밑에는 형사들이 서너명이 나와서 연사들의 강연을 필기하고 있었다. 유학생들은 모두 전문 대학생들로서 그 서슬이 시퍼런 경계에 조금도 주눅이 들림이 없이 세련된 몸짓과 진정에 끓는 목청으로 하나같이 열변을 쏟았다. '아! 동경 유학생들!' 송빈이는 부러웠다. 세상에 어려운 일, 청년들만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먼저 맡아 버린 것처럼 부러웠다. 이튿날 저녁, 그들의 음악회에도 송빈이와 은주는 함께 갔다. 남학생 하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