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보씨의 비애
이른바 '예술가'라는 것을 한 개의 '직업'으로 혹은 '지위'로 대접하여 주는 것은, 나의 기억으로는 오직 도서관이 있을 뿐이다. 열람권, 직업란에는 '기자 급 예술가'라 인쇄되어 있는 곳이 있어 확실히 '무직'과 사이에 명료한 구별을 갖는다.그러나 우리가 한번 집을 떠나 어느 지방의 여관에 투숙한다 하자. 우리는 그 여관의 '숙박부'에, 우리는 "씨명' '원적' '현주現住'와 함께 당연히 우리의 '직업을 기입하지 안 되는 운명에 봉착한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우리가 '예술가' 혹은 '작가' 또는 '시인'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라는 단지 그만한 이유를 가져 '시인'이라 또는 '작가'라 혹은 '예술가'라 기입하여서는 안된다.그러나 그 '때'와 그 '곳'을 이곳에서 밝혀야 할 아무런 까닭도 나는 발견하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