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정문
인원이가 삼청동 갔을 때에는 안 빈은 세 아이를 데리고 뒷 솔밭 속으로 거닐고 있었다. 순이 엄마에게 그 말을 듣고 인원은 안 빈이가 아이들을 데리고 어떤 모양으로 노나 하는 것이 알고 싶은 호기심이 나서 아무쪼록 안 빈의 눈에 아니 뜨이도록 주의하면서 뒷 솔밭으로 올라갔다. 벌써 삼월이라 하건마는 아직도 수풀 속에는 군데군데 녹다 남은 눈이 있었다. 안빈은 세 아이를 데리고 늙은 소나무 사이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안 빈은 양복바지에다 조선 저고리와 마고자를 입고 그리고는 캡을 쓰고 있었다. 안 빈이가 정이를 피하여 달아날 때에는 흰 생목 저고리 고름 끝이 너풀하는 것이 우스웠다. 협이와 윤이는 한번도 안 잡혔으나 안 빈은 가끔 정이에게 붙잡혀서 그 조그마한 손으로 얻어맞고는, "아뿔사! 내가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