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해 - 신록新綠과 나
우리 집은 선희궁 앞 큰길 건너편이외다. 대문을 나서면 고양이 이마빡만한 배추밭이 있습니다. 그 밭을 왼편으로 끼고 이삼 간 나오면 실개천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선희궁 앞 큰길가인데, 인왕산에서 흐르는 물과 우리 동네에서 먹는 우물물이 서로 어울려서 졸졸졸 흐르고 있습니다. 그 개천가에는 늙은 버드나무가 드문드문 실같이 늘어진 가지를 떡 이고 서 있습니다. 실같이 늘어진 그 가지가 연둣빛으로 물들어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것을 이제야 비로소 보았습니다. 아침에 어린애가 밥 짓는 아내를 하도 조르기에 안고 큰길로 나갔다 보았습니다. 이것은 거짓말 같은 참말입니다. 내가 이 동네로 이사한 지가 하루 이틀이 아니요, 그 버드나무 가지가 푸른 것 또한 하루 이틀이 아니었을 터인데, 내 눈에 뜨인 것은 어제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