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藥
구보는 마침내 다리 모퉁이에까지 이르렀다. 그의 일 있는 듯 싶게 꾸미는 걸음걸이는 그곳에서 멈추어진다. 그는 어딜 갈까 생각하여 본다. 모두가 그의 갈 곳이었다. 한군데라도 그가 갈 속은 없었다. 한낮의 거리 위에서 구보는 갑자기 격렬한 두통을 느낀다. 비록 식욕은 왕성하더라도, 잡은 잘 오더라도, 그것은 역시 신경쇠약에 틀림없었다. 구보는 떠름한 얼굴을 하여 본다. 취박臭剝 4.0 취나臭那 2.0 취안臭安 2.0 고정苦丁 4.0 수水 200.0 1일 3회 분복(分服) 2일분 그가 다니는 병원의 젊은 간호부가 반드시 '3삐스이'라고 발음하는 이 약은 그에게는 조그마한 효험도 없었다. [...] 여자를 동반한 청년이 축음기 놓여 있는 곳 가까이 앉아 있었다. 그는 노는 계집 아닌 여성과 그렇게 같이 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