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훈 - 여우목도리
어느 관청에서 고원雇員 노릇을 하는 최 군은 '보너스' 경기[景氣]에 불려 파해 나오는 김에 동료들과 오뎅 집에서 곱부 술을 서너잔이나 마셨다. '일금 2원57전'을 뜯긴 덕택에 거나하게 취해서 일부러 비틀거름을 치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이래야 7원짜리 남의 집 곁방이지만 오늘저녁만은 시꺼먼 판장문이 소슬대문만치나 드높아 보였다. "밥 다 됐수?" 목소리도 전에 없이 컸다. "왜 인제 오셔요? 또 술을 잡쉈구료?" 침침한 부엌에서 나올망정 저녁 화장품을 곱다랗게 하고 맞아들이는 아내의 얼굴은 첫날밤 만치나 어여뻐 보였다. "아암 한 잔 허구말구, 오늘 같은 날 민숭맨숭허게 지낼 수야 있나" 하고 최 군은 툇마루에 펄석 주저앉았다. 아내는 구두끈을 끌르다가 옆집에 들리지 않도록, "상여금 탔죠?" 최 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