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중시계懷中時計
두 시간 동안 도지개를 틀면서 시계만 바라보고 앉았다가 네시를 치는 소리가 뗑 하고 나자 이주사는 책상 위에 늘어놓았던 서류를 허둥지둥 휩쓸어서 서랍에 넣고 모자와 외투를 떼어 들고 미처 입을 새도 없이 뛰어나왔다. 이 꼴을 바라보며 앉았는 김주사는 싱긋 혼자 코웃음을 쳤다. 이주사는 채홍이 집에 들어서며 늦지나 않았나 하고 시계를 꺼내 보았다. 네시 이십분이다. “그래두 오시는구려. 십분만 더 기대리다가 나가버릴까 했더니!” 하며 채홍이는 어떻게 보면 냉소가 섞인 웃음을 띠어 보이며 머리를 빗고 난 손을 아랫목에 놓인 대야에 씻는다. (염상섭, '전화', 1925) ** "마장인가 하는 그따위 고등 유민--유한 계급의 소일거리 판을 차려놓고 어중이떠중이 모아들이시지 말고 그런 돈을 좀 유리하게 쓰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