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제국대학
"이번 봄이 졸업 아니냐? 그래 어디를 들어갈 테냐?" 부친이 아들의 공부에 대하여 묻는 것은 처음이다. 절대 방임주의, 절대 자유주의라 할지 덕기가 꼼꼼 혼자 생각하고 결정을 하여 조부에게 말하면 이 양반은 신지식에 어두워 그런지 학비만 내어줄 뿐이요, 부친에게 허락을 구하면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것으로 보면 덕기가 이만큼이나 되어가는 것은 제가 못생기지 않고 재주도 있거니와 철도 일찍 들어 그렇다고 할 것이다. "경도제대로 들어갈까 하는데요." "그럴 게 무어 있니? 경성제대로 오면 입학에 경쟁이 심한 것도 아니요 또 집안 형편으로도 좋지 않으냐?" "글쎄올시다. 그래도 좋겠지요." 덕기는 아무쪼록 서울을 떨어져 있고 싶었으나 경성으로 오게 되면 와도 그리 싫은 것은 없었다. [..] 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