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회남 - 상자箱子
'사랑하는 안해여. 용서하시오. 당신의 소중한 비녀와 가락지, 꼭 일주일 이내에 찾아다 놓으리다. 남편의 이 같은 행동 과히 실망하지 마시고 부디 현명하게 처리해 주시오.' 이렇게 적은 다음 상자 안에다 곱게 접어 넣고는 다시 보자기 밑으로 아까와 조금도 틀리지 않게 안해의 의복 사이에다 놓아두었다. [...] 만약에 할머님이나 어머님이 아시는 날이면 정말 큰 일이다. 집안이 발끈 뒤집히고 사방으로 사람들이 나를 찾아다니게 되지나 않을까, 불유쾌한 생각만을 되풀이하였다. 그러다가 골목으로 들어서서 한 으슥한 곳을 만났을 때 선뜻 비녀, 가락지를 내어 보려다가 그렇게 하는 그것이 두 번이나 내가 잘못을 범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그만두고 그대로 어느 전당포 문을 열었다. 일백십 원을 장만해 가지고 나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