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림 - 봄은 사기사詐欺師
종로 누릅골[효제동으로 보임] 어귀[종로5정목: 1935년 원문] 전차 정류장 남쪽에 라디오상회가 요즈음 새로 생겼다. 정면에 확성기를 내 걸었는데 아침마다 그것은 거진 배오개梨峴시장[광장시장]에서 동대문까지 울릴 만한 요란한 소리로 칼멘의 발췌곡이나 혹은 이태리 민요를 연주하고 어떤 때에는 내게는 얼토당토 아니한 '울어서 무엇하리'[채규엽, '사랑은 구슬퍼'의 가사일부]를 부르기도 한다. 여하간 나는 아침 아홉시마다 그러한 음악연주에 전송되면서 그 정류장에서 유쾌하게 전차에 오른다. 그러니까 나는 서울 시내의 어느 정류장보다도 이 정류장을 불공평하다는 공격을 받는 한이 있을지라도 역시 제일 사랑한다고 할 밖에 없다. 그렇지만 나의 행복의 전부가 겨우 그러한 정도에 그쳐서는 안될 게다. 나는 나의 미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