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 전차가 희극을 낳아
첫여름밤의 해맑은 바람이란 그 촉각이 극히 육감적이다. 그러므로 가끔 가다가는 우리가 뜻하지 않았던 그런 이상스러운 장난까지 할 적이 있다. 청량리역에서 동대문으로 향하여 들어오는 전차노선 양편으로는 논밭이 늘여놓인 퍼언한 버덩으로 밤이 들면 언뜻 시골을 연상케 할만치 한가로운 지대다. 더우기 오후 열한 점을 넘게 되면 자전거나 거름구루마 혹은 어쩌다 되는대로 취하여 비틀거리는 주정꾼 외에는 인적이 끊어지게 된다. 휑하게 터진 평야는 그대로 암흑에 잠기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허전한 고적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어디서부터 불어오는지 나긋나긋한 바람이 연한 녹엽을 쓸어가며 옷깃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마치 자다가 눈부빈 사람모양으로 꾸물거리며 빈 전차가 오르내린다. 왜냐하면 기차시간 때나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