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향 - 전차 차장의 일기 몇 절 (1)
11월 15일 흐림曇 [...] 동대문에서 신용산을 향해[동대문→종묘[동구]→탑동 공원→종로네거리→조선은행→남대문→신용산] 아침 첫차를 가지고 떠난 것이 오늘 일의 시작이었다. 전차가 [종묘]동구 앞에서 정거를 하려니까 처음으로 승객 두 명이 탔다. 그들은 모두 양복을 입은 신사들인데 몇 달 동안 차장에 익은 눈으로 봐서, 그들이 어제 저녁 밤새도록 명월관[돈의동]에서 질탕이 놀다가 술이 취해 그대로 그 자리에서 쓰러져 자다 나오는 것을 짐작케 하였다. *새벽이라 날이 몹시 선선할 뿐 아니라 서릿기운 섞인 찬바람이 불어서 '추로리'[trolley] 끝을 붙잡을 적마다 고드름을 만지는 것처럼 저리게 찬 기운이 장갑 낀 손에 스며드는 듯하다. 그들은 얼굴에 앙괭이[夜光鬼]를, 그리고 무슨 부끄러운 곳을 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