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 (진고개)
수선을 처음 마늘쪽 같은 것을 사왔을 때는 그 새주둥이같이 뾰죽하고 기름기 있고 새파란 싹이 빠금히 터오르는 것만 해도 신기하기 짝이 없더니 그 싹도 벌써 반 자 길이나 자라는 동안 이젠 눈에 익어 그런지 시들머들해지고 말았다. 어서 꽃이 피기나 기다릴 뿐이다. 어제는 진고개를 지나다 무슨 꽃인지는 모르나 푸른잎이 소담스럽고 꽃은 주홍인데 값도 싸고 하여 십 전에 한 묶음을 사들고 왔다. 김 군이 오늘 놀러 왔다가 내가 돈 걱정을 하는 것을 보고 웃음엣말이겠지만 "이 사람 저런 건 안 사면 어드런가?" 하고 꽃병을 흘겨보았다. 나는 멍하니 앉았다가 이런 대답을 하고 서로 웃고 말았다. "그러니 이 사람 꽃 사는 기분까지 바리구 무슨 맛에 사나……." (이태준, '낙서',『신생』, 1932.1.) **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