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보씨의 정월대보름
달맞이 금일은 정월대보름이다. 어제昨日 윳 놀고 남은 부름을 까먹으며 학우 수 명學友數名으로 더불어 달맞이하러 집을 나서기는 오후 일곱시 경이라. 흑연黑烟이 만천滿天한 시가市街를 지나 밭두렁 좁은길을 찬찬히 걸어 어둠침침한 산 길을 살피면서 그리높지 않은 산정에는 두어명의 노인이 한가히 팔짱을 낀 채 아무 말도 없이 서있을 뿐이다. 우리는 거기서 조금 떨어진 성城 문터진 곳에 가서 돌 위에 앉아 뜨기를 기다리며 이런말저런말 하는 동안에 둥글고 커다란 달이 동산東山에 얼굴을 내어놓았다. 나는 무엇이나 아는듯이 “참 그달 풍년豊年들일 달인걸”하면서 옆에 있는 김군을 돌아보았다. 그는 빙그레 웃으면서 “박군이 복술자卜術者가 되었나”한다. 이 말을 들은 이군은 “물론이지. 박朴자에 나무목木자만 빼면 점칠 복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