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 - 사상의 월야 (1)] "잠간 참아주시오"
둘이는 전차로 한강으로 나왔다. 철교에서 한가한 사람들이 군데군데 늘어서 물구경들을 하였다. 그들은 은주와 송빈이를 유심히 보는 것이 은주도 송빈이도 부끄러워서 다른 사람들이 없는 데로 가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바로 이들이 걸음을 멈춘 데였다. 난간에 무슨 광고처럼 써 붙인 것이 있다. '조또 맛데구다사이(잠간 참아주시오)'라고 크게 썼고 그 밑에는 '무슨 사정이든지 한강 파출소로 오시면 곤난이 펴시도록 친절히 상의해드리겠습니다. 용산 경찰서'라고 쓰여 있었다. "이게 뭘가?" 송빈이는 알 수가 없었다. "오빤 것두 모르네!" "뭘 맛데구다사이야?" "죽는걸." "죽는거?" "여기서 사람이 자꾸 빠져죽으니까 그럭헌거래." "죽지 말라구? 벨!" "저거 보구 정말 죽으러 왔다 도루 가는 사람 있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