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김기림 - 아스팔트
아스팔트 걸을 양이면 아스팔트를 밟기로 한다. 서울 거리에서 흙을 밟을 맛이 무엇이랴. 아스팔트는 고무 밑창보다 징 한 개 박지 않은 우피 그대로 사폿사폿 밟아야 쫀득쫀득 받치는 맛을 알게 된다. 발이 한사코 돌아다니자기에 나는 자꾸 끌린다. 발이 있어서 나는 고독치 않다. 가로수 이파리마다 발발潑潑하기 물고기 같고 유월 초승 하늘 아래 밋밋한 고층건물들은 삼나무 냄새를 풍긴다. 나의 파나마[모자]는 새파랗듯 젊을 수 밖에. 가견家犬, 양산, 단장 그러한 것은 한아閑雅한 교양이 있어야 하기에 연애는 시간을 심히 낭비하기 때문에 나는 그러한 것들을 길들일 수 없다. 나는 심히 유창한 프롤레타리아트! 고무볼처럼 퐁퐁 튀기어지며 간다. 오후 네 시 오피스의 피로가 나로 하여금 궤도 일체를 밟을 수 없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