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보씨의 헤어스타일
혹, 나의 사진이라도 보신 일이 있으신 분은 아시려니와 나는 나의 머리를 다른 이들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다스리고 있다.뒤로 넘긴다거나, 가운데로나 모으로나 가름자를 타서 옆으로 갈른다거나 그러지 않고, 이마 위에다 간즈런히 추려 가지고 한일자로 짜른 머리.... (중략)머리에 대한 나의 악취미는 물론 단순한 악취미에서 출발된 것이 결코 아니다. 참말 까닭을 찾자면 나의 머리 터럭이 인력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게 억세다는 것과 내 천성이 스스로는 구제할 도리가 없게 게으르다는 것에 있다.내가 중학을 나와 이제는 누구 꺼리지 않고 머리를 기를 수 있었을 때, 마음속으로 은근히 원하기는, 빗질도 않고 기름도 안 바른 제멋대로 슬쩍 뒤로 넘긴 머리 모양이었다.그러나 정작 기르고 보니 나의 머리는 그렇게 고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