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오 - 가을 (2)] 수남아범의 인력거
열한 시나 지나 겨우 기호는 곤창이 되게 취한 태주가 잠깐 변소에 간 틈을 타 그곳을 빠져나왔다. 밖에는 의외에도 후두둑 빗방울이 던지고 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두통과 오한이 나서 전차로는 집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한 기호는 자동차를 붙들려 했으나 별안간 비가 오기 시작한 때문에 휘황하게 가고오는 자동차는 하나도 빈것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W 차고까지 걸어갔으나 그곳에는 또 가솔린이 없어 차를 못 내겠다고 한다. 황금정 네거리까지 온 기호는 하는 수 없으니 전차라도 탈까 했으나 전차를 타면 창경원서부터 걸어가야 할 것이 난감했다. 그때 마침 길 저편에 헌 인력거 한 채 오는 것이 보였다. "인력거……" 그는 부르며 고개를 숙이고 길을 뛰어 건너갔다. "네." 인력거는 대답한 채로 그곳에 섰다. "혜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