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루소를 듣는 구보씨
... 그들은 그렇게 앉아 차를 마시고, 담배를 태우고, 그리고 '축음기 예술'에 귀를 기울였다. 이 다방이 가지고 있는 레코드의 수량은 풍부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나의 기쁨은 결코 그 '이백오십 매'라는 수효에 있지 않았고 오직 한 장의 엘레지에 있었다. 엔리코 카루소의 성대聲帶만이 창조할 수 있는 '예술'을 사랑하는 점에 있어서, 나는 아무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때로, 내가 일곱 시간 이상을 그 곳에 있었을 때, 분명히 열두 번 이상 들었던 엘레지는, 역시 피로한 것이었음에 틀림없었다... (중략) 나는 다시 다방 '낙랑'안, 그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두 가닥 커튼이 나의 눈에서 그 살풍경한 광고들을 가리워 주고 있었다. 이 곳 주인이 나를 위하여 걸어 준 엔리코 카루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