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미몽'의 버전에서는 창건[김인규/김한]과 애순[문예봉]의 만남 이후에 바로 파경을 맞이하는 선용[이금룡]과 애순 부부의 모습이 그려진다.
백화점에서 '스리'를 당한 줄 알았던 지갑을 찾아준(?) 창건에게 보답하기 위해 애순이 자리를 옮긴 카페의 광경이 잠시 이어진다. 안방에서 양복을 입은 선용이 외출 후 귀가 하지 않는 애순을 기다리며 화난 표정으로 술을 마신다. 이어지는 장면에 역시 안방에서 선용이 한복 차림으로 등장하고 애순이 들어선다. 아마도 날이 바뀌어 아침이 되고 애순이 외박을 한 듯하다. 선용은 어제와 다른 옷차림(물방울 상의)으로 집으로 돌아와 안방에 들어서는 애순을 밀쳐 쓰러뜨리며 '이혼'을 선언한다. 1936년 7월 4일자 조선중앙일보에는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같은 상황을 짐작케 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디에선가 택시를 타고 온 두 사람이 애순의 집에서 내려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보인다. 창건은 나비넥타이를 하고 있는데 이것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백화점 때 복장과 다르다. 사진이 또렷하지 않지만 애순 역시 백화점 때의 민무늬 상의는 아닌 듯하다(아마도 물방울 상의). 두 사람이 눈이 맞아 카페를 나와 경성을 하루종일 쏘다녔을 것이고 호텔에서 동침하였을 지도 모른다.
위의 사진은 외박 후에 창건이 택시를 잡아 애순의 집에 바래다 주는 장면으로 추측이 되나 확실하지는 않다. 어쩌면 이 장면은 애순이 외박 후에 돌아와 선용의 '이혼선언'을 듣고 기다렸다는 듯이 집을 나와 밖에서 기다리던 창건(애순이 금방 쫓겨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가지 않고 기다림)을 만나는 장면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되는 이유는 이 둘의 첫 애정도피처가 한강이었다는 점이다. 사진 속의 택시를 타고.
이 장면 외에도 현존하는 영화 '미몽'에는 편집되거나 망실된 장면들(남아 있는 사진에는 있지만 영화 장면에는 없음)이 여럿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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