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의 봄 (4)] 가회동 문화주택
내가 나서 세 살이 될 때까지 살았었다는 가회동 꼭대기 집은 어느 새에 흔적도 없이 없어지고 지금은 낯모르는 문화주택이 들어섰을 뿐이다(유진오, '창랑정기', 1938). '반도의 봄'에서는 경성의 모습을 스케치하는 장면 중에서 가회동을 애워싼 빼곡한 한옥들을 보여주고 있다. 종로구 가회동이라 하면 일제강점기 때 집중적으로 지어진 도시형 한옥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가회동을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며 보여주는 샷에서 자못 우람한 서양식 주택이 화면에 등장한다. 이 주택의 부지가 포함된 가회동 31번지는 민영휘의 장남 민대식 소유였다고 한다. 이 부지는 1936년에 대창산업주식회사라는 개발업체에 양도된 후 수많은 필지로 분할되어 대부분 도시형 한옥이 지어졌지만 31-1번지 자리에는 1938년에 문화주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