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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봄 (4)] 가회동 문화주택

category 영화와 경성 2021. 8. 9. 23:34

내가 나서 세 살이 될 때까지 살았었다는 가회동 꼭대기 집은 어느 새에 흔적도 없이 없어지고 지금은 낯모르는 문화주택이 들어섰을 뿐이다(유진오, '창랑정기', 1938).

 

'반도의 봄'에서는 경성의 모습을 스케치하는 장면 중에서 가회동을 애워싼 빼곡한 한옥들을 보여주고 있다. 종로구 가회동이라 하면 일제강점기 때 집중적으로 지어진 도시형 한옥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가회동을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며 보여주는 샷에서 자못 우람한 서양식 주택이 화면에 등장한다.  이 주택의 부지가 포함된 가회동 31번지는 민영휘의 장남 민대식 소유였다고 한다. 이 부지는 1936년에 대창산업주식회사라는 개발업체에 양도된 후 수많은 필지로 분할되어 대부분 도시형 한옥이 지어졌지만 31-1번지 자리에는 1938년에 문화주택이 건축되었다. 이 주택은 1991년에 서울시문화재로 지정되었고 현재는 '가회동 이준구 가옥'으로 알려진 상류계층을 위한 양옥집이다[각주:1]. 가회동 31-1번지가 31번지의 분할된 필지들 중 가장 위쪽(북쪽)에 있으며 문화주택 아래로 보이는 한옥들도 모두 가회동 31번지에 속한다. 가회동 31번지 일대는 오늘날에도 도시형한옥이 가장 잘 보전된 지역으로 유명하다. 

 

▲ 가회동 일대 ('반도의 봄', 1941.)
▲ 가회동 이준구 가옥 (2018, 출처: 서울역사아카이브)

 

 

  1. 대지 600평, 연면적 178평이며 개성 송악의 화강암과 프랑스 기와를 사용했다고 한다. 인용출처: 서울역사아카이브 [본문으로]